26j텔레carrotDB}]-실시간DB판매$?◀ ■ (4) 성해나 - 인공지능(AI)#유령일러스트 = 토끼도둑0이 ‘태거’로 승진한 건 불과 3주 전 일이었다. 그 전까지 그녀는 ‘터크’였다.0은 아동 콘텐츠 회사 키즈모리(Kidsmory)에서 5년간 일했다.그녀는 오후 9시에 출근했다. 그 시간대에 깨어 있는 아동은 의외로 많았고, 챗봇은 쉴 새 없이 굴러갔으며, 유해한 콘텐츠와 언어는 끊임없이 생산되었다. 민감한 언어를 섬세히 솎아내고 감정 노동에 능하다는 기업의 판단하에 터크 대다수는 여성이었다. 칸막이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는 다른 터크처럼 0은 챗봇이 미처 필터링하지 못한 유해 언어를 순화해나갔다.살인, 자해, 우울, 불안 등을 야기하는 자극적인 언어부터 음란어, 특정 계층, 국가, 성별에 대한 조롱이 담긴 말들까지. 유해 언어에 나름 무뎌진 0이었지만, 때론 인간의 끔찍한 창의력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자신의 처지나 상황과 접목되는 언어를 정제할 때는 더욱 그랬다.#렌귀렌탈 귀족. 자기 소유의 집이나 차가 없지만 빈곤하게 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특정 계층을 조롱하는 말.0과 그의 남편인 1은 신혼 초부터 월세를 전전했고, 리스 차량을 이용했다. 결혼식이나 부부 동반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0은 종종 명품 가방을 렌탈했다. 그런 자신을 ‘렌귀’로 보지 않을까 걱정하며. 이런 용어는 0의 자존심을 긁긴 했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그녀의 마음을 좀먹게 하는 말들은 이런 것이었다.#앰스터애미+몬스터의 합성어.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멸칭.키즈모리에서 개발한 챗봇은 교과 연계 자료를 기반으로 파인튜닝되었고 연령대에 맞춘 안전필터를 갖추고 있었지만, 정밀한 필터도 아이들이 시시때때로 만들어내는 혐오 표현까지 정제하지는 못했다. 어제 0이 ‘앰스터’를 ‘과잉보호형 부모’로 순화하면 오늘은 ‘맘질’ 따위의 조어가 새로 생겨났다.키즈모리 사용자는 아동이었지만 그 뒤편에는 자녀와 챗봇의 상호작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부모가 존재했다. 부모의 구독 중단은 곧 기업의 수익 손실과 결부되었기에 터크는 2교대로 밤낮없이 혐오 텍스트를 읽어야 했다.0은 오전 6시에 퇴근했다. 집에 돌아온 0은 출근하는 1을 배웅하고, 관자놀이에 뉴로비전 패치를 붙인 뒤 침대에 누웠다. 그날 읽은 텍스트를 잊기 위해선 뇌파정리가 필요했다. 한 시간 동안 패치를 붙이고 있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패치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심하다는 것을 알리는 경보가 짧게 울렸다.서른다섯인 0은 온갖 질병을 앓았다. 불면증, 원형 탈모,